스무고개 대화
얼마 전, 코로나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좋은 지인분들과의 만남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모두 저보다 나이가 있으시고 제가 제일 어린데도 너무 허물없어서, 그분들이 워낙 동안이어서, 제가 너무 성숙해 보여서... 나이차를 거의 못 느끼죠.
한 달에 한 번 만나면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로 거의 반나절도 모자르답니다. 대화 시간이 길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스무고개 대화 때문인 것도 같아요. 그 지인들과 브런치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던 중!
우리의 대화는 여느 때처럼 기억나지 않는 사람 이름과... 뭔가 틀린 느낌이지만 정확한 이름도 기억이 안 나서 답답해하는 순간이 왔죠.
"내가 요새 보는 건데... '일반 부자?'라고... 아! 근데 이게 정확한 프로그램 이름은 아니야! 의미는 비슷한데... 뭐더라..."
우리는 머리를 모아 '일반 부자'와 비슷한 단어를 생각하며 서두를 던진 자에게 묻기 시작했어요.
"보통 부자?"
"앞에 자음은 같아?"
"글자 수는? 4글자야?"
"아니야... 뭐더라... 4글자는 맞아! 뜻은 '일반부자'랑 비슷한 그런 의미인데..."
"요새 우리가 TV를 안 봐서 모르겠네, 답답해"
"그럴 땐, '가나다라마바사'를 하나하나씩 넣어보면 기억나"
제가 제일 젊으니 기억하기를 바라는 눈치이지만... 저는 '가나다라마바사'를 대입하고 있다 보면... 다른 분들이 답을 찾아내죠. 어떤 Key word를 넣었는지... 마침내 서두를 던진 분이 답을 찾아냈답니다.
"서민 갑부!"
그 날의 히트는 '일반 부자!' 비슷한 의미의 맥락으로 '일반 부자'를 말씀하신 것도 대단한 것 같아요. 답을 찾아낸 분은 속이 시원해서... 우리는 어이없이 비슷한 의미, '부!' 한 글자만 같은 '일반 부자'와 '서민 갑부'에 웃음을 터뜨렸답니다.
스무고개 대화는 때로는 답답하지만... 맘껏 웃으며 우리들의 뇌 운동에 도움이 되었을 거란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죠.
A2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브런치 음식을 제가 나누어 드리며 "이거는 '이 여자'가 드세요"라고 말이 헛 나왔죠.
"이 여자? ㅋㅋㅋㅋ"
"그럼 나는? '저 여자?"
"제가 그럼 '그여자' 할게요"
"아니 '그 여자'가 듣기 좋네! 내가 '그 여자'할래"
이렇게 해서 우리는 '이 여자, 저 여자, 그 여자'가 되었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력이 감소하고 있는데요...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단어나 이름을 빨리 답을 search 해서 찾는 것보다 연관된 의미, 맥락을 생각하여 생각해낼 동안 시간을 주는 것은 뇌 운동에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자녀들과 대화를 할 때, 많은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경험도 적으니, 당연히 부모님들이 더 많이 알고 가르쳐 주어야 하죠. 그러나 아이들의 질문이나 궁금해하는 것에 부모가 바로, 빠르게 직접 답을 알려주면 자녀들은 생각을 할 시간과 기회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빠른 답을 찾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천천히 자신이 궁금한 것을 찾아보며 공부하는 능동적 학습보다는 가르쳐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학습을 선호하게 되죠.
조금 더디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템포 자녀가 생각하고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보시면 좋겠습니다.
"그게 궁금하구나! 그럼 우리 한 번 같이 찾아볼까? 어떻게 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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