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으면 우아한 여자
A1
제가 미국으로 오기 전, 사랑니 치료를 받으며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미국에 가면 치과 진료비가 매우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혼 전, 후배의 소개로 만난 유명 대학 치대 선생님!!
엑스레이 결과 사랑니가 90도로 비뚤어져 자라고 있어서 뼈 속에 있는 사랑니를 뽑아야 한다는...
잔뜩 겁을 먹고 떨고 있는 내 주위로 가운을 입은 치대 선생님? 견학 학부생? 간호 선생님? 등등 4명가량이 나를 에워쌌다.
수술은 시작되었다. '치이익 치이익'
"와우! 엄청 깊이 있는에요?"
"석션 석션"
" 안 나옵니다"
"이쪽으로!!"
"끙! 끙"
치대 선생님은 마치 수업을 하시듯! 학생들은 수술 과정을 생생 중계를 하듯! 나는 마치 마루타가 된 듯!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장시간의 수술이후, 충치 치료도 이어졌다. 지칠 대로 지친 나에게 선생님은 "기압이 어때요?" 하고 물으셨다.
'아니! 뜬금없에 웬 날씨 기압을 물으시지?" 이상했지만 대답했다. "뭐르게써여!"
입의 감각도 없었고 너무 오래 벌리고 있어서 정말 외계어처럼 대답했다.
선생님은 또 물으셨다. 기압이 어떠냐고... 이상했지만 또 대답했다. "뭐르게써여!"
다음 날, 후배에게 날씨 '기압'을 묻는 이상한 선생님 이야기를 했고... 후배는 "교합을 물어본 거 아니에요?"란다... OMG!!! '사오정'에 '버벅'이란 내 별명을 또 확인한 날!
A2
저의 어릴 때 별명은 예전 피드에 올렸듯이 '달걀 껍데기'였고, 대학생부터는 '사오정'과 '버벅'이었답니다. '사오정'과 '버벅'이 된 사연과 사례는 다음에 다시 차례대로 올려볼게요~~~
'기압'사건은... 정말... 아무래도 치대 선생님이 학부생들에게 전문적인 용어로 말씀하시는 것을 보여주시려고 한 게 아닐까요? 보통 치과에서 충치 치료 후 "위, 아래 부딪쳐 보세요. 불편하신데 있으세요?"라고 물어보시지 않나요? '교합'이 어떠냐고 물으시는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변명을 하자면 2시간 넘게 입을 벌리고, 끔찍한 수술 생중계를 다 들어가며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 저는 뜬금없이 날씨 '기압'을 물으신 것으로 들렸거든요. ㅠㅠㅠ
그렇게 엉뚱한 대답을 한 이후, 사후 진료 때 선생님을 뵙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치대 선생님을 일터나 학교에서 '교합'이라는 단어를 상시 사용하셨던 본인의 경험상 당연히 일반인도 알 거라는 사고를 가지고 계셨을 겁니다.
하지만 저의 경험으로는 생소한 단어로서 '기압'으로 알아들은 것처럼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여러 번 말씀하셔서 자녀가 이해했을 거라고,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자녀의 입장에서는 생소하고, 어렵고, 자신의 지식 경험 수준에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 치대 선생님이 면전에서 "기압이 아니고 '교합'이요. '교합!'이라고 소리를 지르지는 않으셨네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상대는 모를 수 있어요. 또는 알고 있어도 잘못 알아들을 수 있어요. 그러면 그냥 다시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자녀들이 창피를 경험하여 말을 하기 두려워지지 않도록 친절하게! 여러 번!
또는 모른 척해주시면 다음 날 다른 방법을 통해 배우게 되기도 합니다. 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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