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토끼가 거북이 마을에서 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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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철이라고 불리는 지하철 출퇴근, 왁자지껄 저녁 식당, 카페, 사람들과 자동차로 붐비던 서울에서 살다가 결혼 후 뉴저지로 오게 되었죠. 그런 저에게 뉴저지 생활은 '생소함'그 자체였죠.
운전면허가 없던 저는 동네 도서관을 걸어다녔죠. 그때.... 익숙하지 않은 풍경!! '길 가에 사람이... 없네!'
창문 밖을 내다 보아도 사람을 구경할 수 없다는 게 정말 신기했고, 정말 정말 고~~ 요했죠.
주말에 마트에 갔을 때, 쭉 늘어선 계산대 앞 줄! 한참을 기다려 직원이 보이는 지점에 와서 알게 되었다. 직원은 여유롭게 손님과 대화를 나누며 물건을 다 계산한 후에도 이어지는 즐거운 대화!
'아니! 뒤에 줄이 이렇게 밀려있는데... 근무 시간에 고객과 저렇게 오래 대화해도 되나?'라고 저만 생각했나봐요.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걸 보면요...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서 새롭게 케이블설치를 하러 오기로 한 기술자 분은 오시기로 한 날, 그 다음 날! 그 다음 날 오셨다. 오전에 오셔서 오후 4시가 넘어 끝났답니다.
어디를 가든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었고, 고장이 나서 고치려고 해도 한국과 같은 당일 출장에 한 시간 만에 끝나는 서비스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잔디와 나무로 둘러싸인 동네! 어느덧 20년 넘게 느긋한 동네에서 살다보니... 이 거북이 마을의 느긋함에 익숙해져 버렸네요.
처음에 뉴져지에 와서 한국을 그리워하던 마음은 남편과 가끔 뉴욕에 나가면서 채웠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가끔 뉴욕에 나가면... "사람이 왜 이렇게 많지?", "차들이 막 지나가!", "주차할 곳이 없어!", "여기저기 공사로 너무 시끄러워", "아휴! 담배 냄새!"라는 말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어요.
부리나케 집으로 지쳐서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우리는... "도시에서 못살겠다. 그치?" 라고 말했죠.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거북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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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일이 있을때만 겨우 뉴욕에 나갔지만 돌아와서는 "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막 몰려나오는 걸 보니까 갑자기 어지러웠어"라고 말하고 남편은 "운전이 너무 힘들어"라고 합니다.
저희가 나이가 드는 탓일까요? 연세가 있으셔도 뉴욕의 바쁜 일상에서 에너지를 얻으신다는 분들도 계시니... 저의 성향이 바뀌었나 봐요. 토끼 모습을 한 거북이로...
주위의 시선, 결쟁, 평가에서 멀어지면서 마음의 여유도 생기는 듯합니다. 마음의 여유가 삶의 만족과 행복감도 올려주는 것 같습니다.
학교 공부, 미래 진로, 친구 관계 등으로 고민이 많고 복잡한 자녀들도 '빨리빨리'열차에서 휴게소에 내려 맛난 음식 먹으며 자연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
여러분들은 현재 도시 또는 자연이 있는 동네 중 어느 곳에서 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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